Page 6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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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67


               나는 말했다.
               “콩을 심은 곳에서 삼이나 보리가 나는 법이 없고,풀뿌리에

            서는 소나무나 대춘(大春)나무가 돋아나지 않습니다.참선은 닦
            을 것 없는 공부[無功用法門]라고는 하지만,오히려 진짜로 참구
            하지 않을까만이 걱정입니다.따라서 영명스님이 ‘참선해도 깨닫

            지 못하고 배워서도 성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저 듣기만 해
            도 영원히 도의 종자가 된다.그러면 어느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생생토록 사람 몸을 잃지 않는다.
            그러다 깨달음이 터지기만 하면,한 가지만 들어도 천 가지를
            깨달을 것이다’고 한 것은 모두 진실한 말씀이라 하겠습니다.속

            담에는 ‘한 조각의 착한 일을 잠시만 닦아도 많은 이익을 얻는
            다’했고,부처님 말씀에는 ‘다섯 번만 부처님 명호를 불러도 무

            수한 보물로 보시한 복보다 훌륭하도다’고 했는데,이것이 어찌
            헛된 말들이겠습니까?
               최초에 발심한 동기는 생사대사의 해결 때문이었는데,2,30

            년씩 참선을 해서 설사 깨닫지 못했다 하더라도 따로 방편을 구
            하지 마십시오.절대로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모든
            허망한 생각을 끊고 부지런히 수행하십시오.그리고는 참구하는

            화두(話頭)위에만 꿋꿋하게 발을 세우고,살아도 화두와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도록 해야 합니다.깨닫는 데 걸리는 시간

            이 3생(三生)이니 5생(五生)이니 10생(十生)이니 100세(百世)니
            하는 말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만일 확실히
            깨닫지 못했다면 절대로 쉬지 마십시오.이런 각오만 있다면 일

            대사(一大事)를 해결치 못할까 근심하지 않아도 됩니다.그러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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