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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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먹고 자는 일은 하루도 안 할 수 없는 일이지만,어쩌다 안
            할 수도 있습니다.하물며 도를 구하겠다는 생각이 진실하고 간

            절하다면,도둑 마음을 없애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은 먹고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천한 일을 대신하는 것과 같
            습니다.비록 하루종일 몸이 피곤하고 괴롭다 하더라도,마음은

            조금도 꺼려하거나 싫어하지 않습니다.눈꼽만치라도 제대로 하
            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그때마다 주인에게 매를 맞고 욕을 먹

            어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습니다.먹고사느라고 받는 수치는
            어찌 그리도 쉽게 잊는지.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먹고살려는 마
            음이 진실하고 간절하기 때문입니다.만일 수고로움과 괴로움을

            꺼리고 매맞고 욕먹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먹고살 것을 잃게 됩
            니다.그 하찮고 뜬구름 같은 먹고사는 것을 위해 지독한 수치

            를 잊을 수 있다니,더구나 우리들이 성스러운 도를 구하려 하
            면서도 훔치는 마음을 없애려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한다면 어떻
            게 되겠습니까?범부라 해서 어찌 성인과 다르겠으며,성인이라

            고 범부와 다를 것이 뭐 있겠습니까?오직 훔치는 마음이 있느
            냐 없느냐에 따라 서로 달라질 뿐입니다.도를 배우는 사람이라
            면 특히 이 점에 조심해야겠습니다.”






               5.혼침과 산란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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