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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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77


            니 하는 것은 본래 없는 것입니다.다만 그대가 혼침과 산란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에,걸핏하면 그것에 걸려드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굳이 언어라는 격식으로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득이 혼침과 산란의 근본을 찾아 마음껏 파헤쳐 보겠습
            니다.그대는 무량겁(無量劫)으로부터 번뇌에 너무 깊게 오염․

            훈습되어 왔습니다.이것이 바로 혼침과 번뇌의 근본입니다.또
            한 그대가 지금 색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생각생각 바깥 대상

            세계와 마주하고,애증취사(愛憎取捨)의 감정이 들쑥날쑥 일어나
            는 것도 역시 혼침과 산란의 근본입니다.또한 그대가 최초의
            일념에서 생사를 초월하려 한 것이 혼침과 산란의 근본이며,참

            선하여 도를 배우려는 것이 혼침과 산란의 근본이며,부처가 되
            고 조사가 되려는 것이 혼침과 산란의 근본이며 위없는 대보리

            를 구하여 열반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혼침과 산란의 근
            본입니다.나아가서는 세간 혹 출세간의 갖가지 가르침 중에 간
            직한 털끝만한 알음알이도 혼침과 산란의 근본 아닌 것이 없습

            니다.가령 이러한 혼침 산란의 근본이 소멸되어 버렸다면,삼천
            대천 세계(三千大千世界)어느 곳에서도 혼침과 산란은 털끝만
            치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혼침과 산란이 없을 뿐 아니라,

            진여(眞如)인 실제(實際)도 없습니다.성인은 깨닫고 범부는 미
            혹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부질없이 알음알이로 따져서 조사

            의 깊은 마음을 매몰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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