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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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조(六祖)스님의 경우 황매산(黃梅山)의 5조 홍인(弘忍)스님에
            게 오자,그저 방앗간에서 일하게 했을 뿐입니다.또한 위산(潙

            山)스님은 백장(百丈)스님의 문하에서 단지 전좌(典座)의 소임을
            보았을 뿐이고,양기(楊岐:966~1046)스님은 십여 년 동안 오
            직 후원 일을 총괄했을 뿐입니다.연조[法演五祖]스님이 해회선

            원(海會禪院)에서 방아찧은 일과,운봉(雲峰:998~1062)스님이
            화주(化主)노릇을 한 인연과,설두(雪竇:990~1052)스님이 변

            소 청소를 했던 일,자명(慈明:987~1040)스님이 선소(善昭:
            947~1024)스님께 참례하자 선소스님이 희롱하고 웃으며 꾸짖기
            만 했던 일,황룡(黃龍:1002~1069)스님이 자명스님에게 묻다

            가 욕만 들은 일들이 있었습니다.그런 사이에 차별적인 인연이
            뒤섞여 나오고,위․순(違․順)의 경계가 발생하였습니다.그러

            나 당사자의 발심이 분명했기에 훔치는 마음을 다 없애 주고,갈
            래갈래 일어난 각각의 경계를 그대로 두고도 하나하나 지극한
            이치로 귀결시켰던 것입니다.그러니 어디로 간들 도와 마주치

            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훔치는 마음을 당장 없애려 하지 않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그것은 자기의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

            기 때문입니다.몸은 공적(空寂)한 도량에 있지만,마음은 취사
            (取捨)의 세계로 치달리기 때문입니다.이런 무리들이 결사를 일

            으킨다 하고 있으니,옛 사람과 우열을 비교한다면 하늘에서 쓰
            는 갓과 땅에서 신는 신처럼 서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이것
            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요즈음 사람들은 타고난 약간의 자질

            만을 자부하면서 명성을 멀리까지 내려고 주제넘게 고인의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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