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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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69


            다.그들은 매양 공부에 의지함이 굳건치 않고,참선은 닦을 것
            없는 공부라 전혀 영험이 없다고 합니다.오직 10년 20년을 계

            속해도 상응하지 못하면 갑자기 여태껏 해오던 수행법을 바꾸어
            버립니다.그리하여 어떤 이는 염불(念佛)을 가장 빠른 수행법이
            라고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염주만 세면서 정토에 왕생하기를 원

            하기도 합니다.혹은 ‘일대시교(一代時敎)는 부처님 입으로 선양
            한 것이다.내가 오랫동안 참선을 했어도 깨닫질 못했으니,비록

            참선하는 것만은 못하다 해도 경전을 연구하는 것이 그래도 선
            인(善因)을 심는 것이다’하며,경전을 읽는 것이 헛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쓰는 것들을 번거롭게 여기고 과보로 받을 인연을 두려
            워합니다.그런 사람은 숨어서 더러운 얼굴로 초의(草衣)를 입

            고,직접 방아질하고 밥을 지으며 육신을 괴롭히기를 자원하기
            도 합니다.혹은 비밀스런 주문을 외우기도 하고,혹은 죄와 허
            물들을 참회하기도 합니다.이런 사람들은 모두 바른 믿음[正信]

            을 어기고,이단(異端)에 깊이 빠진 것입니다.
               셋째 부류는 원래 믿음은 없었는데 어쩌다 인연(因緣)이 닿
            아 발심한 사람들입니다.이들은 잠시도 좌선은 하지 않고 8식

            (八識)을 가운데서 끊임없이 반연하면서 한 개의 화두도 깨물어
            보지 못하고 수없는 망상을 때도 없이 일으킵니다.이들은 채

            3~4년도 참선을 계속하지 못하면서도,경솔하게 참선으로는 깨
            닫지 못한다고 하며 무사갑(無事甲)속에 내동댕이쳐 버립니다.
            그리하여 생각생각 티끌[六塵]에 휘둘리고,마음마음 물결을 따

            라갑니다.죽음의 문을 향해 가면서도 반성할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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