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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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지 못한다고 자기 눈을 탓하는 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또
            진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혼침과 산란을 느낀다면 이것은 잘못

            입니다.그렇다고 이 혼침과 산란을 물리치려 마음을 일으키는
            것도 잘못입니다.물리치지 못하고 근심만 내는 것도 잘못입니
            다.또 설사 혼침과 산란을 물리쳐 눈앞이 깨끗해졌다 하더라도,

            이것은 잘못된 가운데 더 잘못을 저지르는 짓입니다.더구나 혼
            침과 산란 그대로가 본지풍광이라는 것을 옳다고 생각해서 하루

            종일 망상과 한덩이가 되어 뒹굴며 분별하지 못하는 덜렁이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객승이 내가 틀렸다 틀렸다 연발하는 것을 보고 또 질문하였

            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혼침과 산란에 빠지지 않을까요?”

               나는 말했다.
               “만약 써야 할 마음이 있다면,더더욱 잘못입니다.혼침과 산
            란이 조금이라도 일어날 때는 마음을 써도,쓰지 않아도 모두

            전도된 것이며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자 객승이 말했다.
               “언어나 알음알이로 도달할 수 없는 최상의 경지에 관한 말

            씀[向上語]을 저같이 처음 배우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질 못하
            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도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의 진실한 마음자
            리를 깨달아야 합니다.진실한 마음자리를 이미 깨달았다면,부

            처와 중생이 서로 똑같은 것입니다.향상(向上)이니 향하(向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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