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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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75


               “공부를 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져서 장애가
            됩니다.그러므로 이것을 온 힘을 다해 물리치려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근기와 능력이 미치지 못해 그리 된 것이 아닌지요?”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 그대로

            가 본래의 면목[本地風光]이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실제
            이치로 보면 그것은 둘이 아닙니다.그대가 정신이 혼미하고 산

            란한 것을 떨쳐 버리려 하지 않더라도,그것들은 본래 자성(自
            性)도 없고 실체도 없는 것이어서 저절로 소멸할 것입니다.이
            것은 참선하는 사람의 생각이 진실하고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잠시 생기는 것입니다.명심해야 할 것은 한 생각 진실하고 간
            절하지 못하면,곧 그런 생각을 따라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진다는 것입니다.그 다음 생각이 진실하고 간절하지 못
            하면,그 즉시 그 생각을 따라 또 다른 혼침과 산란이 일어납니
            다.그러나 백천의 생각[念]이 모두 간절하고 진실하다면,결국

            혼침과 산란은 들어올 곳이 없습니다.혹 최후의 한 생각에서라
            도 조금만 간절하고 진실되지 못한 점이 있으면,그 즉시 그 일
            념을 따라 혼침과 산란은 일어나는 것입니다.만일 최초의 일념

            부터 간절하고 진실해서 심화(心花)가 피어날 때까지 그 마음이
            끊어지지 않는다면,혼침이니 산란이니 하는 것들은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도를 구하는 생각이 진실하고 간절하지 못한 것은 탓하지 않
            고,혼침과 산란이 참선에 장애가 된다고 탓하는 자들이 있습니

            다.이것은 마치 어두운 방에 있으면서 물건의 모습을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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