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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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89
요즘 조금이나마 총명하다고 자부하는 자들은 마음의 망정
(妄情)을 죽여 바르게 깨달으려 하지는 않고,매양 문자와 말에
서 증거를 대려고만 합니다.이렇게 하면 깨달음은 고사하고 알
음알이[識情]의 사량분별만 늘어나 걸핏하면 성인의 도를 어기
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결국 교화의 방편은 쇠퇴하고,총림은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12. 벽암록 으로 깨달음의 증표를 삼을 수 있습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종문 중에는 벽암집(碧岩集)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원오
극근(圓悟克勤:1063~1135)스님이 협산(夾山)에 머무를 때,설
두(雪竇)스님의 송고(頌古)를 취하여 강요(綱要)를 나누어 배열
하고,말씀을 해설하여 만든 책입니다.그 책의 설명은 세밀하고
도 분명합니다.풍부하고 유려한 것으로 말한다면 보석함을 열
어제쳐 명주(明珠)와 패옥(貝玉)을 수북히 쌓아 놓은 것 같고,
그 충만해 넘치는 것으로 말한다면 황하의 상류인 우문(禹門)을
가로막아 역류가 소용돌이치며 물결이 출렁이는 것과도 같습니
다.정말이지 매우 위대한 책입니다.법을 깨달아 자유로운 자가
아니고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할 내용입니다.그런데 참선을 한
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 책을 사다리 삼아 깨달음을 얻으려 하
14)
자,이 사실을 원오스님의 제자인 묘희(妙喜:1088~1163)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