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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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孔子)․맹자(孟子)등의 서적은 왕도(王道)를 말하여
            인의(仁義)사상을 주장했습니다.또 노자(老子)․장자(莊子)의

            책에는 황도(皇道)를 말하여 무위(無爲)사상을 주장했습니다.제
            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은 패도(覇道)를 잡다하게 설명하며 공
            리(功利)를 주장했습니다.그러나 우리 부처님 경전에서는 단지

            성품자리만을 밝혀 이르기를,‘모든 법은 오직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다’고만 하며,일념(一念)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

            다.이들의 주장은 각각 달라서 서로 공통된 부분이 없는 듯합
            니다.과연 공통되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까?”
               나는 말했다.

               “공통된 부분이 없다고 한다면 편협스러운 것이 되고,있다
            고 한다면 경솔한 것이 됩니다.깨닫는 공부는 둘 다 택하지 않

            습니다.다만 한 곳을 집중적으로 파서 스스로가 깨닫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입니다.깨닫고 나면 울타리가 없어져 3교
                  13)
            (三敎) 의 성인의 가르침을 훤히 꿰뚫어 보아 말 밖에서 서로
            손을 잡게 되고,세간 출세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그러나 깨닫지 못하면 비록  4고서(四庫書) 를 뱃
            속에 집어넣었다가 입으로 토해내도,그것은 다문(多聞)과 아견

            (我見)일 뿐입니다.이른바 인도(印度)의 총명외도(聰明外道)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이 확철대오하려 하

            지 않고 문자만을 이해하려 한다면,어리석은 짓이 아니겠습니
            까?



              13)3교 여기서는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를 지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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