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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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03
라 알음알이를 일으키려고 머뭇거린다면 결코 평상심이 아니다.
그렇다고 옛 사람들이 중생을 교화하려고 방편으로 한 말들을
이끌어다가 평상심의 증거로 삼는다면 더더욱 절벽이 만 리나
될 것이다.어떤 사람은 또 “바로 지금 사물을 마주하고 경계를
만나도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것이 평상심이다”고 하며,
혹은 “생각을 내어 알음알이를 움직여도 모양다리에 매이지 않
으면 이것이 바로 평상심이다”라고 하며,혹은 “유와 무의 간격
이 없어 보고 들음이 혼융하면,이것이 평상심이다”라고 하며,
“추우면 옷 입고 더우면 부채질하는 것이 평상심”이라고도 한
다.또 어떤 사람은 “번거롭게 큰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그대로
완전한 본체로서 진실하며,미세한 말․거친 말이 모두 제일 가
는 뜻[第一義]이니,이것이 평상심이다”라고도 한다.혹은 “옛 사
람이 통렬하게 몽둥이질하고,목이 터져라고 할을 하고,공을 굴
리기도 하고,나무집게를 들이대기도 하고,기연(機緣)에 매이지
않고 일상생활을 말하신 것이 평상심이다”라고 한다.그밖에도
갖가지 작위(作爲)와 갖가지 사상과 갖가지 자잘한 일들도 평상
심과 흡사하다고 하지만,이는 자기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려는
것과 다름이 없어 스스로 속임수만 더할 뿐이다.아무리 현묘한
성인의 말씀이라 해도,또 오묘한 이치의 참된 말씀이라 해도
모두 평상심과는 상응(相應)하지 못한다.그런데 더구나 미혹된
탐망(貪妄)과 전도된 알음알이로써 조금이라도 평상심에 계합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평상심은 알음알이에도 속하
지 않고,이해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또한 지해영락(知解領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