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126

126


            을 떨치지 못한 까닭은 법을 주재하는 자가 복과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지,결코 중생의 성품이 들뜨고 경박하여 교화하기가 어

            려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증거로 그러한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금일과 같은
            쇠잔은 옛날에도 있었고 옛날과 같은 번성은 지금에도 역시 있

            기 때문입니다.어찌 인정이 변하고 바뀌어서 그렇게 됐겠습니
            까!실로 복과 인연에 관계되는 일입니다.내 나름대로 생각했

            던 바를 말해 보겠습니다.교화가 잘 되는 까닭은 총명하기 때
            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교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우매하기 때문
            에 그런 것도 아닙니다.무엇 때문일까요?총명은 스스로 총명

            한 것이 아니고 복이 많아서 그 총명을 북돋워 주었기 때문입니
            다.반면에 어리석음은 스스로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복이 없기

            때문에 어리석어지는 것입니다.사람들은 그저 총명함 때문에
            교화가 잘 되는 줄만 알 뿐 총명의 바탕이 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며,어리석음 때문에 혼란해진다는 것만 알 뿐,그 혼란하게

            하는 바탕이 복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복이 많으냐 적으
            냐에 따라 교화가 잘 되기도 하고 못 되기도 합니다.복이야말
            로 한결같이 전생의 업에 따라 정해져 있으니,금일에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습니다.
               달마스님의 도가 동쪽으로 온 이후에 도가 높고 덕이 많았던

            스님들의 행적이 여러 책 속에 모두 실려 있어 여기저기에서 읽
            어 볼 수 있습니다.그 중에는 몸에 기이한 질병에 걸린 자도
            있었고,쓸쓸한 산 속으로 은거한 자도 있었으며,세상에서 종적

            을 감춘 자도 있었으며,세상에 나와 교화를 펴려다가 그만 여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