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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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33
제 스스로 결박을 했을 뿐이다.3세(三世)와 오랜 세월을 통해
인연 때문에 만나는 복과 화는 마치 30리를 가서 다리를 만나고
50리를 가서 점포를 만나는 것처럼 털끝만큼도 착오가 있을 수
없다.세상 사람들은 어진 사람이 요절하고,포악한 사람은 도리
어 장수하며,거역하는 자는 길하고,의로운 자는 흉한 것만을
볼 뿐이라고 한다.그러니 옛날에 지었던 것을 지금에 받고,지
금에 지은 것은 후세에 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이를
두려워하여 업을 짓지 않을지언정,오는 과보를 받지 않는 자가
어찌 있겠는가?그러므로 성인이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사람
들을 탓하지도 않았던 것은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그러나 어리
석은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한다.실제로는 그것이 자
기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가령 그것을 알았다면 복이라 해서 기뻐할 것이 없으며,재
앙이라 해도 슬퍼할 것이 없다.기쁨을 잊었는데 무엇 때문에
허망하게 한 생각이라도 내어 그 복에 반연하려 하겠는가?또
슬픔도 잊었기 때문에 차라리 죽을지언정 억지로 속임수나 계책
을 늘어놓아 재앙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더러는 구차하게 구하
여 얻기도 하고,구차하게 피하여 면한 자들도 있긴 하다.그러
나 이도 한번 정해진 업으로서 당연한 것이지 우연히 구해서 그
렇게 된 것은 아니다.구차하게 하는 짓이 쓸모 없다는 것을 알
았다면 복을 좇고 재앙을 피하려는 생각은 저절로 없어진다.사
념[念]의 자체가 공(空)해지면 간직한 마음자리도 공해져서 도에
회합한다.불조 성현의 해탈한 방법이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일부러 조작하는 것이 없이 일을 해나간다면 이(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