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35

東語西話 上 35


            세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모두가 보리(菩提)의 뜻에 위
            배되는 것이다.가람을 건립해도 깨달음과 상응하지 못할 경우

            는 불법에는 아무런 이익도 없고,공덕도 없으며,남을 이롭게
            하는 선행(善行)도 없다.이것은 허망한 업을 좇아 잘난 체하는
            생각의 바탕이 될 뿐,보살이 행할 바는 아니다.보살이 원만한

            깨달음을 위한 수행을 할 때,혹은 가람․탑묘를 건립하는데 제
            대로 돌아가지 않거나 부족한 경우를 만나면,근본 인(因)이 부

            족한 것을 반성하고 정근(精勤)을 가다듬어 고행을 닦는다.이렇
            게 해서 반드시 깨달음이 수승한 행이 만족하기를 기다린다.시
            주 단월들이 지녔던 재물을 헌납하면서도 그것을 받아주지 않을

            까 염려하게 되면 시주하는 사람 쪽으로는 보시바라밀(布施波羅
            蜜)이 이뤄지고,스님에게는 원만한 깨달음이 이뤄진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가람과 탑묘를 건립하는 방법이 빈틈이 없고 완벽하지 못할
            경우,교묘한 재주를 동원한다거나 세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원

            래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합니다.그러나 많은 재물을 가지고 일
            을 성취하는 경우야 어찌 이치에 어긋나겠습니까?”
               내가 이에 대답하였다.

               “도인(道人)이 가람과 탑묘를 건립할 경우는 자신이 도를 먼
            저 수행한 뒤에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합니다.중생들을 이롭

            게 한다는 것은 반드시 나의 원만한 깨달음의 위치에서 균등하
            게 실천해야 합니다.중생들은 탐심이 쌓여서 모든 괴로움을 다
            받습니다.재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탐심은 더욱 심해서 중생들

            을 더더욱 괴롭게 만듭니다.자신의 재산을 헌납하면서도 받아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