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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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37


            다.도와 일체가 된다는 참 뜻이 분명하면 존재한다는 말의 의
            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깨닫지 못한 사람은 이와는

            반대입니다.옷을 입을 때도 그것이 도인 줄을 알지 못할 뿐 아
            니라,옷에 대해 알음알이를 일으켜 허망한 짓을 하여 갖가지
            분별을 짓습니다.분별에 빠지게 되면 생사에 끝없이 묶여 버리

            고 맙니다.
               ‘모든 곳에 도가 존재한다’할 때에 이 존재의 뜻에는 두 종

            류가 있습니다.즉 세상물정에 섞여서 존재한다는 뜻도 있으며,
            그저 자기의 수행만 굳건히 존재한다는 뜻도 있습니다.깨달아
            통달한 사람들은 혼합되어 하나라는 말은 하지만,실제로 혼합

            되어 하나인 그것이 참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릅니
            다.

               배우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의 수행만 굳건히 지킴으로써 존
            재하는 것입니다.‘자기 수행만을 굳건히 지킨다’는 뜻은 순수한
            정념(正念)으로써 배워야 할 도를 생각하여 범부와 성인을 떠나

            고,증오와 사랑을 끊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잠시도 잊지 않는
            것입니다.이것은 마치 지중한 보배를 손에 잡은 듯,봄날에 살
            얼음을 밟은 듯이 더욱 굳게 조심하고,신중히 발걸음을 떼 놓

            는 것입니다.홀연히 깨달아 내가 능히 도를 닦노라 하는 생각
            과 또 닦아야 할 도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돌이켜 관찰해 보면,

            그것들은 모두 일정한 본체가 없습니다.종일토록 분명하게 작
            용한다 해도,억지로 하려 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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