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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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말하고,움직이지 않는 것을 주(住)라 합니다.이것은 진실하
            고 고요한 법신(法身)의 본체를 두고 한 말입니다.참된 것은 변

            하지 않으며,고요한 것은 요동하지 않습니다.참되고 고요한 상
            주물은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모두 포섭하여 어느 것도 본체를
            벗어난 것이 없습니다.그러므로 옛날 가르침에도 ‘이 법은 진여

            [法位]에 안주하여 세간의 모습이 상주한다’고 하였습니다.우리
            들이 속세에서 분주히 돌아다녀 부귀영화를 얻으려고 걸핏하면

            알음알이를 쓸데없이 일으키니,이것을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대는 출가하여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자입니다.상주물은 참되
            고 고요한 법신의 본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어떻게 중생

            을 인도하고 교화를 행하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습니까?옛날
            의 보살은 6바라밀을 수행하고 4무량심(四無量心)을 베풀어 행

            동을 삼가고,착한 일을 몸소 행하는 것이 사찰을 보호하는 일
            이라 생각했습니다.그대는 하루 아침 살다 가는 승려로서 사찰
            을 보호하려 하니 착하다고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정념(正念)을 버리고 취사(取捨)의 알음알이
            에 빠져 싸움질하고,혈기만 믿고 빼앗긴 땅과 살림살이를 찾으
            려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진실하고 고요한 법신을 미혹하고 사

            찰을 파괴하는 것입니다.이보다 큰 잘못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그대가 이것을 뉘우쳐 고치지 않고 다만 미친 감정으

            로 세속의 풍습을 본받아 천 년토록 계속될 사찰을 보호하려 한
            다면,이는 마치 제방을 터놓고 물이 새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짓입니다.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일 뿐입니다.그대는 보

            지 못했습니까?세간에 나는 듯한 누각이며,용솟음치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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