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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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인연이란 무엇인가?



               옛날 가르침에 “사람에게 인연이 있으면 쉽게 믿고,법에 인

            연이 있으면 쉽게 깨달음에 들어간다”고 하였다.여기서 인연이
            란 무엇인가 하면,오랜 겁 동안 심었던 인(因)이 금일에 감응하
            는 것이다.연을 만남은 불조 성현도 피하고자 했으나 피하지

            못했다.더구나 나머지 중생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산 연조스님께서는 “누구나 전연(前緣)을 믿게 마련

            이다”는 훌륭한 훈계를 남겼다.여기서 믿음은 순종을 뜻하는
            것으로서,바르게 순종하여 흘러 넘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자신
            으로부터 감응하여 나타나는 것을 업(業)이라 하고,다른 것으로

            부터 감응하여 나타나는 것을 연(緣)이라 한다.깨달은 사람은
            한 과보(果報)의 연이 성숙됐다는 것을 알고 그 연을 떠나거나
            얻거나 간에 기쁨과 슬픔에 전혀 관계하지 않는다.그러나 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좋으면 경솔하게 얼른 가지려 하고,싫으
            면 경솔하게 얼른 버리려고 한다.그러다가 얼른 가지려는 욕심

            이 이루어지면 금세 뽐내고 과시하다가,얼른 버리려는 욕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탄식과 원망을 그치지 않는다.
               보연(報緣)이 한번 정해지면 구차히 피하려 해도 소용이 없

            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면,종신토록 좋아하는 것을 가졌다
            고 해도 더 기뻐하지도 않고,죽도록 싫어하는 것을 만난다 해

            도 더 노여워하지도 않는다.경전에 ‘미운 사람을 만나는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에 대한 말씀이 있다.여기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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