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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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39


            한 괴로움이란 전연(前緣)을 따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받는 것이다.가령 전연(前緣)이 당연히 그러리라는 것을 알고

            바르게 순종했다면,괴로움이 침투할 틈이 없다.이것은 세간의
            모습으로는 바꿀 수 없는 연(緣)이다.도인은 출세간의 종지를
            탐구하는 사람이므로 본래 보연으로 따질 것은 못 된다.그러나

            추리해 보면 보연에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옛날에 하나를 듣고 열을 깨달아 대총지(大總持)를 갖춘 사람

            이 있었는데,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보리도(菩提道)의 연(緣)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겨자와 바늘이 서로 투합[鍼芥相投]하
            듯 오랫동안 잊었던 것이 갑자기 기억나,알음알이를 굴리지 않

            고 즉시에 통달한 것이다.또는 스승과 제자의 보연이 성숙되어
            그 음성을 듣거나 용모만 바라보아도,방편을 자세히 베풀지 않

            더라도 단박에 종지를 깨닫기도 한다.더러는 종신토록 배워도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는데,이것은 숙세의 연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연이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깨닫기를

            바란다면,어린아이들에게 어른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과 같
            다.어찌 이것을 바른 이치라 하겠는가?보연에 순종해야 한다
            는 것을 알고 힘써 노력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오래도록 물러

            나지 않는다면,하루아침에 힘 센 장사가 남의 도움 없이 팔을
            굽히듯이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이것도 역시 보연이 아니겠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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