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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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41
3무1종(三武一宗)의 폐불(廢佛)사건을 만났던 것은 내 몸이 병
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그러다가 이윽고 계․정․혜의 근본
맥이 뛰게 되자 살아날 가망이 생겼다.그 뒤 오래지 않아서 병
은 사라지고 몸은 더욱 건강해졌다.이것은 근본이 견고했던 것
을 증험한 사실이다.아아!그 근본을 견고하게 하려고 하지 않
는 자는 외호(外護)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또 거
기에 문채를 더하여 수식까지 하지만,이것은 맥과 원기가 깎이
고 상하면 생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짓이다.
또한 이것은 재앙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치면 뒷일을 예측할 수
없음을 모르는 짓이다.이것이야말로 매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한 사나이가 100묘의 전답을 경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구했다.세상에서는 이것을 반공(伴工)이라 부른다.상대
방이 내 농사일을 돕는 것은 쉽지만,내가 보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훗날 보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먼저 쉽
게 도움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옛 사람들은 말하기를,“급히 길
러낸 인물은 반드시 요절하고,급히 쌓은 공로는 반드시 쉽게
무너진다”고 하였다.천하의 일이 처음이 쉽지 않으면 뒤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듯이,처음에 어려움이 없으면 나중에는 오히
려 처음처럼 쉽지 않게 된다.그러므로 맹자(孟子)는,“하늘이
이 사람에게 중대한 책임을 내리려면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심
지(心志)를 괴롭히고,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그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한다”고 하였다.어려움과 쉬움을 분명히 말하지
는 않더라도 어려움과 쉬움의 이치는 저절로 드러났다고 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