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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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43
보이질 않았다.하루는 그 장자가 내게 말하였다.
“불법(佛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곧 얕음과 깊음이 있
습니다.그 심오한 것에 대해서는 속인(俗人)이 본래 알 수 없겠
으나,얕은 것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박식하게 듣고 익숙하게 이
해했습니다.그러나 유독 이 마음은 듣고 보았던 것과는 서로
달라서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
“불법은 광대하여 온 세계에 두루 들어 있어서 부처님과 조
사라 해도 이것을 바로 보지 못합니다.그대는 어떤 사람이기에
도의 깊고 얕음에 대해 말하십니까?”
그러자 그 장자가 말했다.
“심식(心識)의 참뜻과,경관(境觀)의 차별과,깨달은 이치의
잘잘못과,계를 잘 지키고 못 지키고 등이 모두 불법의 심오함
입니다.가령 세간의 재물은 독사보다 해로워,선근(善根)을 손
상시키고 괴로움의 근본을 자라게 한다고 말한 것은 불법의 얕
은 것입니다.최초에 입도(入道)하면서부터 여러 스님들의 문전
을 편력하였습니다.그런데 한 사람도 이처럼 가르치지 않는 분
이 없었습니다.그러나 평소에 세간의 재물을 생각하면 하찮게
보아 왔습니다만,은혜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자가 문 앞에
와서 재물을 달라고 할 때,마침 가지고 있어서 그에게 주려 하
면 인색하게 아끼고 탐내는 감정이 눈앞에 엇갈렸습니다.이것
은 재물을 축적하는 것이 자기에게 금지되었다고 해서 남도 재
물을 갖지 못하게 하는 심보일 것입니다.그리고는 스스로 생각
하기를 그대에게 재물을 보시하는 것은 번뇌를 보시하는 것이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