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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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71
에 따라 집착하여 도저히 바꾸어 줄 수 없는 망견이다.
어떤 사람이 물어 왔다.
“어떻게 이를 버려야 합니까?”
내가 대답하였다.
“버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일부러 버리려 하면,버리려는 자
취까지도 현량이 되어 버립니다.그러므로 장자(莊子)는,‘죽은
뒤 점치는 데 쓰이는 신성스런 거북이가 되어 호강하느니,차라
리 살아서 진흙탕 속에서 자유롭게 꼬리를 끌고 다니는 것이 낫
겠다’고 비유하였습니다.믿는 마음이 확고하고 참구를 그치지
않아 확연하게 개오(開悟)하면,자심(自心)의 현량이 모조리 사
라져 도리어 자각한 성지(聖智)로 됩니다.이것은 마치 미혹했을
때는 황금을 구리로 잘못 알다가,깨닫고 나서는 그것이 황금이
지 구리가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아는 것과도 같습니다.처음에
는 구리라고 잘못 알았지만,그것은 본래부터 황금이었다는 사
실을 아는 것이 자각한 성지이며,본래 황금인 것을 구리라 생
각하는 것이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입니다.달마스님은 능가
경 한 권의 요의(要義)를 지니고 직지(直指)의 마음에 그대로
계합하여 현량을 버렸습니다.그리하여 재앙을 재앙으로 여기고
복을 복으로 여기는 자취를 모두 용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참
선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