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68

68


            이것은 우회하는 것이 바로 가리키는 달마의 선법을 선양하는
            방편임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또 그러한 책망이 옳았

            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따지는 그 마음을 반성할 줄 모
            른다면,이것은 자신이 벌써 우회하여 굽은 가운데 떨어지는 것
            이다.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 때문일까?달마스님의

            경우,곧바로 가리킨 도를 전하느라 묵묵히 9년을 앉아 있었다.
            그러나 결코 다른 사람이 곧바로 가리키는 도를 믿지 않는다고

            책망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천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바로 가리키는 직지(直指)의 도가 일월처럼 빛나
            지만,앞에서 말한 우회하고 굽은 것 때문에 그 가르침이 털끝

            만큼도 가려진 점은 없다.마음이 진실하면 이치는 자연히 나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림의 달마스님과 같이 곧바로 가리키는 도(道)에
            의거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직지(直指)의 요체를 저버린다.
            어떤 이는 말로만 달마스님이 얘기한 “밖으로는 모든 반연을 쉬

            고 안으로는 마음의 조급함 없이 장벽처럼 수행을 해야만 도에
            들어갈 수 있으니”하신 말을 입버릇처럼 전한다.그러면서 외
            부의 반연을 완전히 끊어 버려 전혀 관계치 않으며,안으로 마

            음을 억눌러서 꼼짝 못 하게 하니,이것을 어찌 곧바로 가리킨
            종지(宗旨)라 할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을 갖고 오랫동안을 수

            행하여 직지의 세계로 깨달아 들어가려고 한다.지금 화두를 들
            고 공부를 하는 목적은 정(情)을 없애고 식(識)을 뒤바꿔서,공
            (功)․용(用)을 둘 다 잊고 바로 가리키는 세계로 그대로 들어

            가기 위해서라는 것에 더 무슨 의혹이 있을까?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