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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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下 73


            하였다.말씀과 가르침을 베풀어 시비를 가리는 마음을 해결하
            고,알음알이를 따르는 중생들을 교화하려고 하였다.그러나 이

            런 성인의 가르침도 그 자취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시비가 더
            욱 성해졌던 것을 어찌하겠는가?
               예로부터 유․불․도(儒佛道)3교(三敎)가 정립해서 서로 헐

            뜯었던 것도 각각 자기 파만이 옳다고 주장하여 시비를 일삼았
            기 때문이다.그러나 부처님이 베푸신 교화는 만법이 모두 한

            마음일 뿐이며,한 마음이 바로 만법이라고 했다.그러므로 만법
            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교(敎)라 하였고,한 마음을 표방하는 측
            면에서 선(禪)이라 한 것이다.이렇게 명칭은 항상 서로 달랐지

            만,그 본체는 항상 같았다.교(敎)는 문자를 매개로 하였지만,
            선(禪)은 문자를 매개로 하지 않았다.그 까닭을 살펴보면,선

            (禪)은 알음알이의 미망(迷妄)을 타파하여 신령한 근원자리인 일
            심(一心)으로 들어가게 하려는 것일 뿐이다.문자를 매개[卽]로
            하느니,문자를 떠났느니 하는 집착을 화해하지 못해서 결국 교

            와 선이 얼음과 재처럼 겉돌았다.그것은 아마도 문자를 떠났느
            니,문자를 매개로 하느니 하는 두 주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교가 교가 아니고,선이 선이 아닌 경지에 이르러서는

            성인이라 해도 옷깃을 여미고 그 앞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
            다.

               또 불성(佛性)의 이치[性理]를 매일 직접 접하는 이도 시비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하고 있다.하물며 평소부터 교리(敎理)에
            어두운 사람에게 그가 집착했던 것을 끊어 버리고 시비를 따르

            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이다.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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