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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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알음알이[情]란 대체 어떠한 것인가? 알음알이란 집착해서

            바꾸기 어려운 허망한 견해이다.알음알이가 있는데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고,집착이 있는데 알음알이가 없을 수 없
            다.알음알이에 집착하는 까닭은 바로 미망(迷妄)때문이다.이

            러한 미혹의 대상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자성(自性)이다.이 자
            성을 미혹하여 알음알이가 된다.중생이 알음알이로 집착하는

            것에는 같은 점도 있고,다른 점도 있다.같은 점은 증오와 사랑
            이 그런 것이고 다르다는 것 또한 증오와 사랑이 그런 것이다.
            생각하는 견해의 차별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한결같을

            수는 없다.예컨대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한 사람은 동쪽을 집
            착하여 옳다고 한다.그렇다면 그에게는 향하는 대상이 모두 동
            쪽일 것이다.다른 한 사람은 서쪽을 집착하여 옳다고 한다면

            향하는 대상이 모두 서쪽일 것이다.동쪽에 집착하여 옳다고 하
            는 자는 매양 서쪽을 비난하고,서쪽에 집착하여 옳다고 하는

            자는 자기가 비난받는 것을 모른다.또한 동쪽을 고집하는 자는
            서쪽으로 향해 있는 사람이 자기의 동쪽을 가리키며 잘못이라고
            하는 것을 모른다.그는 동쪽으로 가면 갈수록 스스로 옳다고

            더 믿어 상대방을 더욱 비난한다.서쪽을 고집하는 자도 이와
            같다.두 사람의 고집은 서로 부수지 못하는 창과 방패와 같다.

            이것을 서로 부수지 못한다면 천하의 시비를 해결할 수 있는 사
            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므로 성인이 세상에 나와 이를 구제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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