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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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치문숭행록
3.왕의 공양을 누리지 않다[不享王供]
요진(姚秦)의 불타야사(佛陀耶舍)가 고장(姑臧)지방에 있을
때,진나라 왕인 요흥(姚興)이 사신을 보내어 스님을 초빙하고 후
하게 선물하였으나 받질 않았다.스님이 도착하였을 때는 왕이
직접 나아가서 영접하였다.왕은 별도로 새 부서[省]를 신설하고
왕궁 뜰에 새로이 관사를 마련하며 갖은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나,
또한 받지를 않았다.공양시간이 되면 걸식해서 한 끼만 먹을 뿐
이었으며 의발와구(衣鉢臥具)가 3간의 집에 가득 찼어도 가지려
하지 않았다.요흥은 그를 위해 돈을 대서 성의 남쪽에 절을 지
었다 한다.
4.어가를 맞이하지도 전송하지도 않다[駕不迎送]
제(齊)의 승조(僧稠)스님은 문선제(文宣帝)가 우위군(羽衛軍)을
거느리고 절에 이를 때마다 작은 방에 편안히 앉아서 결코 영접
하거나 전송하질 않았다.제자들이 간언(諫言)을 하자 스님이 말
하였다.
“옛날에 빈두로존자(賓頭盧尊者)는 일곱 걸음을 걸어 나가 왕
을 영접하고 그로 인해 7년 후에 복이 감한 왕으로 하여금 나라
를 잃게 하였다.내가 진실한 덕이 그에게 미치지 못하면서도,
감히 껍데기인 형상이나마 스스로 속이지 못하는 것은 황제께서
복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세상에서는 그를 조선사(稠禪師)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