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P. 112
112 치문숭행록
혹한 사람은 이를 알지 못하고 즉시 경계에 현혹되어 끝없는 생
을 유전한다.일체가 공적함을 항상 알면 어떠한 법에도 망정(妄
情)을 내지 않으니,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 말을 마치자 단정히 앉아서 한밤이 되자 돌아가셨다.영부
스님이 되돌아가 이 사실을 아뢰자 황제는 크게 공경하고 찬탄
하면서 시호를 대달국사(大達國師)라 하사하였다.스님은 현종,
목종의 양조(兩朝)를 지내 오면서 3번이나 조서를 받았으나 가질
않았던 것이다.
10.조서가 이르러도 일어나지 않다[詔至不起]
당(唐)대 나융(懶融:594~657)스님은 금릉(金陵)우수산(牛首
山)에 은거하고 있었다.황제가 그의 명성을 듣고 사신을 보내어
알현하라고 불렀다.사신이 가자 스님은 땅바닥에 앉아서 쇠똥에
불을 지펴 놓고 주워 온 토란을 구워 먹고 있었는데,추위로 콧
물이 턱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자께서 조서를 내리셨습니다.존자께서는 일어나십시오.”
나융스님은 토란만 주시할 뿐 되돌아보지도 않았다.
사신은 웃으며 말하였다.
“콧물이 턱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나융스님은 말하였다.
“나에게 무슨 공부가 있어서 속인을 위해 콧물을 닦겠는가?”
황제는 그 말을 듣고 그 기이함을 찬탄하더니 그 뒤에 상을
후하게 하사하고 표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