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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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고상한 행[高尙之行] 111
찬탄하노라.
엄자릉(嚴子陵)이 광무제(光武帝)를 거절하고
충노(种老)가 인조(仁祖)를 사양함은
숨어사는 선비의 일상사라 하겠으나
흰 칼날의 위협에도
뜻을 꺾지 않았다는 소리를
아직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저 하늘 날아가는 붉은 봉황을
바라볼 순 있어도 따라가지는 못하나니
도신스님이 그런 분이며
자장스님이 그런 분 아닌가?
9.세 번이나 조서를 내려도 가지 않다[三詔不赴]
당(唐)의 분주(汾州)무업(無業:760~821)스님은 섬서(陝西)
옹주(雍州)사람이다.목종(穆宗)이 좌가승록(左街僧錄)인 영부(靈
阜)스님에게 영을 내려 조서를 가지고 무업스님에게 가서 그를
일어나게 하라 하였다.스님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빈도가 무슨 덕으로 임금을 여러 번 번거롭게 하겠는가.그
대는 먼저 떠나도록 하라.나는 즉시 뒤따라가리라.”
그리고 나서 목욕하고 좌구를 펴고 앉더니 문인들에게 말하였
다.
“그대들의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성품은 태허공(太虛空)과
수명이 같고,일체의 경계는 본래 스스로가 공적(空寂)하건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