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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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고상한 행[高尙之行] 109
5.귀한 사람과 결속하여 노닐지 않다[不結貴遊]
양(梁)의 지흔(智欣:446~506)스님은 단양(丹陽)사람인데,
경전의 의미를 깊이 연구한 학승으로 유명하였다.영명(永明)말
년(485),태자가 때때로 동전(東田)에 행차하여 자주 절에 왔다.
스님은 그럴 때마다 병을 핑계하여 종산(鍾山)에서 마음 넉넉하
게 지냈다.이렇듯이 스님은 홀로 한가히 지낼 뿐,부귀한 사람
과 사귀기를 좋아하지 않았다.어쩌다 선물이나 시주물이 들어오
면 쌓아두지 않고 그것으로 자기가 머무르는 사찰을 고쳐 짓는
데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6.도적에게 길을 안내하지 않다[不引賊路]
수(隋)의 도열(道悅)스님은 형주(荊州)사람으로 항상 반야경
(般若經)을 지송(持頌)하며 옥천사(玉泉寺)에 살았다.
주찬(朱粲)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가 절에 들어와 양식을
빼앗고 또 사람을 해치려고까지 하였다.그러나 스님은 두려워하
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그러자 주찬의 무리는 스님을 놓아주고
길을 인도하라고 행패를 부렸다.몇 걸음 발을 옮기더니 스님은
땅에 주저앉으면서 말하였다.
“나는 사문이지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다.자,한낱 허깨
비 같은 몸을 그대의 흰 칼에 맡기노라.”
주찬은 스님의 고상함을 거룩하게 여기고는 절로 보내 주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