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04 - 치문숭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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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치문숭행록
고 장안(長安)을 출발하였다.
서쪽으로 유사(流沙:고비사막)를 건너는데 하늘에는 나는 새
도 없었고 땅에는 달리는 짐승도 없었으며,사방을 돌아보아도
망망하여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다만 해를 보아
동서를 분간하고 해골을 보면서 이정표를 삼을 뿐이었다.
총령(葱嶺:텐산산맥)에 이르자 그곳에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눈이 쌓여 있었으며,독룡(毒龍)은 독풍(毒風)을 토해내어 모래와
자갈이 비오듯하였다.앞으로는 설산을 넘어야 하고 아래로는 큰
강이 있었는데 급류가 화살처럼 빨랐다.동서 양쪽 산 협곡에 밧
줄을 매어 다리를 만들고 한 번에 10사람씩 건너 저 언덕에 도
달하고 나면 연기를 들어 표시를 냈다.뒷사람은 연기를 보고 앞
사람이 건넜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다시 전진할 수 있었다.오랫
동안 연기가 보이지 않으면 폭풍이 밧줄에 심하게 불어 사람이
강 가운데로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설산을 지나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라 발을 디딜 곳
이 없었다.절벽에는 옛날에 박아 놓은 말뚝이 있었으며 구멍구
멍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사람들은 네 말뚝을 잡고 올라서서
이미 밟고 올라온 아랫말뚝을 뽑아 윗말뚝으로 연결해 가며 나
아갔다.3일 동안이나 그런 식으로 이어 나가고서야 비로소 평지
에 도달하였다.도반들을 점검하여 보았더니 12명을 잃었다.중
천축을 향해서 전진하는데 길에는 인적이 없이 텅 비어 있었으
므로 석밀(石蜜:자연꿀)을 싸 가지고 가면서 양식을 하였으며,
이곳에서 13명 가운데 또 8명이 죽어 버렸다.
담무갈스님은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지냈으나 관음보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