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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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참선경어


             경험해 나오셨다.이것은 오직 사견(邪見)의 소굴 속에 안주하지
             않고 ‘잘못인 줄 안 즉시 떠난다’는 태도를 가지고 범부에서부터

             부처자리에 이르셨던 것이다.
               이 뜻이 어찌 세간을 벗어난 출가자에게만 해당되겠는가.속인
             들도 생각을 잘못했을 때가 있거든,오직 ‘잘못인 줄 알았으면 바

             로 버린다’는 이 뜻만 소화해 낼 수 있으면 청정한 선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만약 잘못을 안고 그 속에 정착하여 옳다고 생각

             하고 잘못을 알려 하지 않는다면 비록 산 부처가 나타난다 하더라
             도 구해내지 못할 것이다.




               31.시끄러운 경계를 피하려 하지 말라

               참선할 때에는 시끄러운 것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요한

             곳을 찾아가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도깨비굴 속에 앉아 살아날
             궁리를 하는 셈이다.
               옛사람이 이른바 “흑산(黑山)밑에 앉아 있으면 사수(死水)가 젖

             어 들어올 때 어느 쪽으로 건너겠는가?”하신 말씀이다.그러므로
             환경과 인연의 굴레 속에 있으면서 공부해 나가야 비로소 힘을 얻

             게 된다.그리하여 문득 한 구절의 화두가 눈썹 위에 붙어 있게
             되면,걸어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옷 입고 밥 먹을 때나 손님을
             맞이할 때나 오직 그 화두의 귀결처만을 밝힌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얼굴을 씻다가 콧구멍을 더듬어 만져 보니 원래 그 자리에
             붙어 있음을 알게 된다.바로 이것이 힘 안 들이는 경계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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