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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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청원스님 111



                 2.
               사람은 천지 사이에 태어나면서 음양(陰陽)의 기운을 받고 육

            신을 이룬다.이러한 우리의 처지는 진실한 방편인 대승의 자비원
            력으로 세간에 응해 주느라고 출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탐욕을

            졸지에 제거하지 못할 듯하다.
               생각건대 성인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아셨으므로 먼저 도로써
            우리의 마음을 바로잡아 준 뒤 인의예지(仁義禮智)로 교화하여 탐

            욕을 막아 주셨다.나아가 일취월장하여 탐욕이 인의예지를 이기
            지 못하도록 하여 도와 덕을 완전하게 해주셨다.
                                                  여경룡학서(與耿龍學書)



                 3.
               납자라면 언어문자에 막혀서는 안 된다.언어문자는 남을 의지
            해서 알음알이를 일으키는 것일 뿐,스스로 깨닫는 방편을 막아

            언어․형상의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날 달관 담영(達觀曇穎:989~1060)스님이 처음 석문 온

            총(石門蘊聰)스님을 뵙고 방안에서 말로 따지는 데에만 열중하자
            온총스님이 말하였다.
               “그대의 논리는 종이쪽 위에 놓인 글일 뿐,사실 마음 깨달은

            정도로 치자면 아직 깊은 도리를 보진 못하였으니 반드시 오묘한
            깨달음을 구해야 한다.깨닫고 나면 우뚝하게 자립하여 말[言句]

            에 의지할 것도 막힐 것도 없으니,이는 마치 사자왕이 포효하면
            모든 짐승들이 놀라는 것과도 같다.문자공부를 마음공부에 비한
            다면 열을 백에 비하고 천을 만에 비하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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