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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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혜공스님 133



            날의 계획 같은 것은 세우지도 않습니다.
               재무께서는 예로부터 도가 높다는 칭송을 받아 왔습니다.그러

            므로 도에서 서로를 잊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이번 편지에서는
            인부 몇을 찾으시는데,이 인부가 상주물에서 나오는지 이 혜공에

            게서 나오는지를 모르겠습니다.저에게서 나온다면 제게 무엇이
            있겠으며 상주물에서 나온다면 그것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됩니다.일단 사사로운 데 빠지고 나면 도적이 되고 마니 어떻게

            선지식으로서 상주물을 도용할 수 있겠습니까.공께서는 관직에
            몸 담으셨으니 좋은 일을 하셔야지 사중에서 이러한 일을 계획하
            시는 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께서는 민(閩)지방 사람이라 아는 사람들도 모두 민
            지방의 장로들입니다.한번 절에 욕심을 두게 되면 상주물을 다
            훔쳐 자기가 차지하고 말 것입니다.혹 그것으로 귀인과 우호를

            맺거나 속가에 공급하거나 아는 사람을 대접하고 모신다면 그것
            은 사중의 스님네들이 쓰는 공용물[十方常住 招提僧物]이라는 것

            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처사입니다.요즈음 뿔을 달고 털을 뒤
            집어쓴 채,전생의 빚을 갚는 축생들 중에 이런 사람의 경우가 많
            습니다.이 점을 옛날에 부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으니 두려워

            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근래에 절집이 잔폐되고 승도가 쓸쓸한 것은 모두가 이런 탓

            입니다.공께서는 우리를 이런 무리로 만들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공이 결과적으로 신임을 받아 다른 사찰에서 허락받았던 것도 모
            두 사양하고 받지 않으신다면 공의 앞날은 헤아릴 수 없는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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