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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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선림보훈 중



            서 모 문중의 승려 아무개라 자칭하며 윗사람들을 받듦으로써 배
            경을 삼고 대중의 상주물을 빼돌려 뇌물로 바치면서 아첨하기도

            한다.식견 있는 자들이 그것을 딱하게 여기고 비웃는데도 수치를
            모르고 그저 편안할 뿐이다.

               아-아,우리 불제자 사문들은 물병 하나,발우 하나로 구름처럼
            새처럼 떠돌아도 얼거나 굶주리는 절박한 상황은 없고,자녀가 있
            어서 구슬이며 비단에 연연할 것도 없다.그런데도 허리를 굽히고

            빗자루질하듯 윗사람에게 아첨하고자 설설 기며 몸도 제대로 못
            피니 욕됨과 천함을 자초하는 상황이다.
               은부(恩府)라 불리는 조정은,자기 한 몸의 욕심에서 나왔으므

            로 기댈 곳이 못 된다.터무니없고 쩨쩨한 사람 하나가 앞에서 부
            르짖으면 백이나 되는 똑같은 무리들이 그 뒤에서 화답하며 다투
            어 그를 받들려 하니,실로 비루하고 좀스러울 뿐이다.

               교풍(敎風)을 깎아내고 약화시키는 것으로는 아첨하는 사람보
            다 심한 것은 없다.실로 간사한 이가 교묘하게 살금살금 속여 들

            어가면 단정하고 올바른 사람이라 해도 몸은 불의에 빠지고 마음
            은 구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되니 슬프지 않은가.법을 파괴
            하는 비구는 마구니의 기운이 모여 있으므로 미친 속임수를 쓰면

            서도 태연자약하다.속임수로 선지식의 자태를 나타내고 선림의
            큰스님 이름을 대면서 그의 법을 이었다 하며 요직에 있는 귀인

            에게 아첨하여 그를 자기네 종속(宗屬)이라 한다.
               바라지도 않는 공경을 바쳐 가면서 불법을 무너뜨리는 단서를
            터주고 속인을 법상에 오르게 하여 승려로서 그 아랫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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