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139
설당 도행스님 139
3.
내가 용문사(龍門寺)에 있을 때,병철면(昺鐵面)스님은 태평사
(太平寺)에 머무르고 있었다.어떤 이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
다.
“병철면스님이 고향을 떠나 행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부하
던 어느 날 밤에 책을 불에 놓쳐 모조리 타 버렸다.그러자 책을
찾아내서 땅에다 내던지면서 ‘부질없이 사람의 마음만 어지럽힐
뿐이군!’하였다.” 동호집(東湖集)
4.
설당스님이 회암 혜광(晦庵惠光)스님에게 말하였다.
“내가 20살쯤에 독거사(獨居士)를 뵙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에 줏대가 없으면 자립하지 못하고,행동이 바르지 못하
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이 말을 평생 실천한다면 성현의
일이 완성되리라.’
나는 그 말씀을 간직한 채,집에 있을 때는 자신을 닦고 출가
해서는 도를 배워 드디어는 나 자신을 통솔하고 대중에 임하게
되었다.그러므로 이 말씀은 저울이 무게를 달고 곱자와 콤파스가
원과 사각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아서 이를 버리면 일마다 법칙
을 잃게 된다.” 광록(廣錄)
5.
고암(高庵)스님이 대중에 임하면 반드시 “대중 가운데서 지견
있는 사람을 꼭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곤 하였다.내가 그 까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