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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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선림보훈 중
담을 나누면서 의심이 없었으니,마치 고니가 바람에 나래를 싣고
훨훨 날듯,큰 물고기가 바다에 나아간 듯 패연(沛然)하여 모두가
자연스러운 형세였다.그리하여 드디어는 총림에 공을 세우고 불
조를 더욱 빛나게 하였던 것이다.
스승[先師:불안스님]께서 용문사(龍門寺)에 머무르실 때,하룻
밤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였다.
“나에게 덕업이 없어 강호 납자들을 잘 보살펴 주지 못하였으
니 결국 동산(東山)노스님께 부끄럽게 되었구나.”
그러시고는 말씀을 마치더니 눈물을 뿌리셨다.
내 보기에 요즈음 남의 스승이 되었노라는 자는 옛사람과 비
교할 때 만 분의 일도 안 된다. 여죽암서(與竹庵書)
11.
내가 용문사에 있을 때 영원스님은 태평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어떤 소임자가 별 생각 없이 소란을 피우자 영원스님은 자기 스
승에게 편지로 이렇게 말하였다.
“곧은 마음으로 도를 행하려니 잘되지 않고,자신을 굽히고 주
지를 하려니 실로 나의 뜻이 아닙니다.천암만학(千巖萬壑)사이에
마음을 놓아버리고 매일 풀열매로 배불리 밥 지어 먹으며 여생을
보내느니만 못하겠습니다.다시 무엇을 그리워하겠습니까.”
그리고는 10여 일이 채 못 되어 황룡(黃龍)스님의 허락이 떨어
지자 신바람이 나서 강서(江西)로 되돌아가 버렸다.
총수좌기문(聰首座記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