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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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선림보훈 하
파라도 만난다면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월굴집(月窟集)
3.
이른바 큰스님이라 하는 이는 부처님을 이어 교화를 드날리는
자이니,요컨대 자기부터 깨끗이 하여 대중에 임하고 일을 벌이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이해를 따져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해서야
되겠는가.
내게 주어진 일을 당연히 이렇게 하면 될 뿐,성취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는 옛 성인이라도 꼭 기약하지는 못했으니 내가 어
찌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월굴집(月窟集)
4.
불지(佛智)스님이 서선사(西禪寺)에 살 때였다.
다른 납자들은 제것을 챙기고 정돈하느라 정신없는데,수암(水
庵)스님만은 천성이 조용하고 따뜻하며 자기 몸 봉양하는 데는 지
극히 박절하였지만 고고한 모습으로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는 조
금도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불지스님은 그에게 꾸짖는 투로 말하였다.
“어쩌면 이렇게도 바보스러울까.”
수암스님은 대꾸하였다.
“제가 물건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여 정돈할 만
한 물건들이 없을 뿐입니다.제게도 돈이 있다면 털옷 한두 벌 해
입고 도반들과 함께 어울리겠습니다만 가난하여 도무지 어찌해
보질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