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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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선림보훈 하



               월당스님은 대답하였다.
               “우리 부처님께서 살아 계셨을 때에는 가능했으나 요즈음 그렇

            게 하면 반드시 이익을 좋아하는 자가 있어서 자신을 파는 데까
            지 이를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월당스님의 이 말이 점점 불어나는 악을 미연에 방
            지하고자 하신 절실하고도 현명하며 실제에 걸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요즈음의 세태를 보건대

            어찌 자신을 파는 데 그칠 뿐이겠는가.                             법어(法語)


                 4.

               수암스님이 시랑(侍郞)인 우연지(尤延之)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대우(大愚)․자명(慈明)․곡천(谷泉)․낭야(瑯王耶)스님이
            도반이 되어 분양스님을 참방하게 되었습니다.그런데 하동 지방

            은 추위가 극심한지라 모두들 가려 하지 않았으나 자명스님만은
            도에 뜻을 두어 아침저녁으로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밤에 좌선
            하다가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자신을 찌르며 이렇게 탄식하였습

            니다.
               ‘옛사람은 생사의 큰일을 위해서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던데,
            나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방종하여,살아서는 시대에 도움이

            못 되고 죽어서도 후세에 남길 이름이 없으리니,이는 자신을 포
            기하는 것이다’하고는 하루아침에 하직하고 되돌아가 버렸다.그

            러자 분양스님은 ‘초원(楚圓)이 지금 떠나 버렸으니 나의 도가 동
            쪽으로 가겠구나’하고 탄식하였습니다.”                     서호기문(西湖記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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