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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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선림보훈 하
선정(宣政:1100~1125)연간에 이르러 원오(圓悟)스님이 여기
에다 또 자기의 의견을 붙이고 이를 떼어내 벽암집(碧巖集)을
만들었다.그때 옛날의 순수․완전한 경지에 매진하던 인재로서
영도자(寧道者)*․사심(死心)․영원(靈源)․불감(佛鑑) 같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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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들도 그의 학설을 돌이킬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새로 진출한 후학들이 그의 말을 보배처럼 귀중하게
여기게 되었다.아침저녁으로 외우고 익히면서 지극한 학문이라
말들 하며 그것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자가 없었다.
슬프다.잘못되어 가는 납자들의 공부[用心]여.
소흥(紹興:1131~1162)초에 불일(佛日)*스님이 민(閩)지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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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갔다가 납자들을 끌어당겨도 되돌아보질 않고 날로 달로 치
달려 점점 폐단을 이루는 것을 보고는 즉시 그 경판(經板)을 부수
고 그 학설을 물리쳐 버렸다.이로써 미혹을 제거하고 빠져든 이
를 구원하였으며 번잡하고 심한 것을 척결하고 삿됨을 꺾어 바른
길을 제시하게 되었다.이런 기세가 널리 확산되자 납자들이 이제
껏 잘못되어 왔다는 것을 차츰 알고 다시는 흠모하지 않게 되었
다.그러니 불일스님이 멀리 내다보는 고명한 안목으로 자비원력
을 힘입어 말법의 폐단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총림에는 두고두고
걱정거리가 남았으리라. 여장자소서(與張子韶書)
*영도자(寧道者):담주의 개복 도령(開福道寧)스님.오조 법연스님의 법을 이
었으며,남악의 14세 법손이다.
*불일(佛日)스님:묘희(妙喜)스님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