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41

오조 법연스님 41



               자세히 살피고 주의 깊게 듣는 일은 원래 하루아침에 되는 것
            이 아니다.그 때문에 남악 회양(南嶽懷讓:677~744)스님은 6조

            대감(六祖大監)스님을 뵙고 나서도 15년이나 잡일을 했으며,마조
            (馬祖:709~788)스님도 남악스님을 10여 년이나 모셨던 것이다.

            옛 성인들이 도를 전수하고 받는 일은 실로 천박한 사람으로서는
            감히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로써 알 수 있다.
               마치 이 그릇의 물을 저 그릇에 쏟아붓듯 해야 비로소 큰 법을

            감당해서 계승할 수 있다.이를 세속일로 치자면 가문을 감당할
            만한 덕 있는 자손을 뽑아 조상의 유풍을 기리고,농가에서 파종
            할 때 땅의 상태를 살피는 격이다.이것이 자세히 살피고 주의 깊

            게 듣는 이치의 분명한 사례이다.어떻게 교묘한 말과 좋은 얼굴
            빛,편벽된 아첨으로써 선발되었겠는가.                          원오서(圓悟書)



                 6.
               주지(住持)의 요점은 은혜와 덕 두 가지를 겸비하는 데 있으니,
            이 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안 된다.은혜롭기만 하고 덕이 없으면

            대중이 공경하지 않고,덕스럽기만 하고 은혜가 없으면 대중이 그
            리워하질 않는다.
               은혜로운 이를 대중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서 여기에 덕을

            보충한다면 베푸는 은혜가 상하를 편안하게 하고 사방에서 오는
            납자를 이끌어 줄 만하다.덕 있는 이를 공경할 만하다는 것을 알

            고 거기에 은혜를 보태면 지닌 덕이 선각(先覺)을 계승하고 어리
            석은 사람을 지도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훌륭한 주지는 은혜를 행함으로써 덕을 기르고 덕을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