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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 법연스님 45
11.
법연스님이 정공거사(淨空居士)곽공보(郭功輔)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일정하게 지키는 바가 없어 바깥 사물에
따라 날로 변한다.예로부터 불법이 융성하고 쇠퇴하는 데는 운수
때문이기도 하나,흥하고 쇠하는 이치는 다 교화에 달려 있다.
옛날 강서(江西)와 남악(南嶽)의 모든 스님께서 중생을 이롭게
할 때,맑은 도풍으로 일으키고 청정으로 절제하였으며,도덕을
베풀고 예의를 가르쳤다.그리하여 납자로 하여금 보고 듣는 것을
가려 사벽(邪僻)을 막으며,정욕[嗜慾]과 물욕[利養]을 다 끊게 하
였다.때문에 날마다 선을 실천하고 허물을 멀리하여 자기도 모르
는 사이에 도덕이 완전해졌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은 옛사람보다 훨씬 못하다.기어코 이 불
도를 참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 깨닫고야
말겠다는 뜻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그런 뒤에 재앙이나 득실은
하늘에 맡기고 구차하게 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안 되리라고 미
리 근심하여 해보지도 않아서야 되겠는가.털끝만큼이라도 주저하
고 의심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싹텄다 하면 금생에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천생만겁을 지낸다 할지라도 성취될 날이 없을 것이
다.” 탄연암집(坦然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