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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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조심스님 57
9.
스승(황룡스님)께서는 행동이 엄중하시었으므로 뵙는 사람들이
공경하고 두려워하였다.납자들이 어떤 일을 핑계삼아 여가를 내
어 주십사고 청하면 따끔하게 거절하고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
으셨다.그러나 다만 부모와 노인을 살펴 모시겠노라는 말을 들을
경우만은 얼굴색이 환해지시며,예의를 극진히 하여 청하는 이를
나루터까지 바래다주곤 하셨다.사람을 사랑하고 공손하게 효도하
심이 이러하셨다. 여사경온서(與謝景溫書)
10.
스승(황룡스님)께서 옛날 운봉 문열(雲峯文悅:998~1062)스님
과 형주 남쪽 봉림사(鳳林寺)에서 하안거를 지낼 때 일이다.운봉
스님은 말하기를 좋아하여 하루는 납자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
는데 황룡스님께서는 태연자약하게 경전을 보며 마치 못 본 듯하
였다.그러자 운봉스님이 황룡스님의 책상머리에 다가가서 눈을
부릅뜨고 “그대는 여기에서 선지식의 이론이나 익히고 있는가?”
라고 따졌으나 황룡스님께서는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고는 여전히
경전을 보았다. 영원습유(靈源拾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