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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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선림보훈 상
茅廬堅請出山來
松華若也沾春力
根在深巖也著開
그러자 진정스님은 절하고 물러났다. 순어록(順語錄)
2.
진정스님이 구봉 희광(九峯希廣)스님을 오봉사(五峯寺)의 주지
로 천거하니,대중은 그가 거칠고 졸렬하여 세간을 감화시킬 만한
그릇이 못 된다고들 하였다.그러나 희광스님이 주지가 되어서는
자기를 다스리는 데에는 엄정하고 대중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니,
오래지 않아서 절의 모든 폐단이 제대로 시정되었다.납자들이 오
가며 다투어 전하니 진정스님이 이 소문을 듣고 말하였다.
“배우는 사람들이 어찌 그토록 쉽게 남을 비방하고 칭찬하는
가.내가 매번 보니,총림에서 멋대로 논의하기를 어느 장로(長老)
는 도를 실천하여 대중을 편안하게 한다 하고,어느 장로는 일용
품을 사사로이 쓰지 않고 대중과 고락을 같이한다고들 한다.
선지식이라 불려 한 절의 주지가 되면 도를 실천하여 대중을
편안하게 하고 일용품을 사사로이 쓰지 않고 대중과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다시 무슨 말할 거리가 되겠는가.그것
은 사대부가 관리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는,나는 뇌물을 받지 않았으며 백성을 어지럽히지 않았노라고 내
세우는 것과 같다.뇌물을 받지 않고 백성을 어지럽히지 않음이
어찌 분수 밖의 일이겠는가.” 산당소참(山堂小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