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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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선림보훈 상



            지로 얽어매지는 않았다.확고한 견지(見地)를 가지고서 진실을 실
            천하는 자만을 자상하게 성취시켜 주었다.스님의 신중함이 실로

            고인의 격식을 체득했다 하겠으니 제방 어디에서도 비교할 만한
            자가 드물다.그러므로 오늘날 내가 거느린 대중들은 스님을 본받

            지 않는 자가 없다.                                   일섭기(日涉記)


                 6.
               진정스님이 건강(建康)보령사(保寧寺)에 머무를 때,서왕(舒王)

            이 재(齋)때에 흰 명주를 바쳤다.스님은 시자에게 “이것이 무엇
            인가?”하고 물었다.“비단입니다”하니,스님이 다시 “어디에 쓰

            려고 하느냐?”하자 “가사를 지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스
            님은 입고 있던 베 가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늘 이렇게 입어 왔지만 보는 사람이 천하다고 하지 않더

            라.”
            하고는,즉시 그 비단을 창고로 보내어 그것을 팔아서 대중에게
            공양하라 일렀다.스님이 옷 따위에 신경 쓰지 않음이 이러하였

            다.                                            일섭기(日涉記)


                 7.
               진정스님이 서왕(舒王)에게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옳은 것은 힘써 실천하고,잘못된 것은 기어코
            그만두어야 한다.또한 일의 쉽고 어려움 때문에 자기 뜻을 바꿔

            서도 안 된다.당장 어렵다 하여 고개를 저으며 내버려둔다면 뒷
            날이 오늘보다 더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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