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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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극문스님 71
3.
진정스님이 귀종사(歸宗寺)에 머무를 때,해마다 화주(化主)가
써서 바치는 조목에 베와 비단이 구름같이 쌓여 있었는데,스님은
이를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탄식하였다.
“이것은 모두 신심 있는 신도의 피와 땀이니 나에게 도덕이 없
음이 부끄러울 뿐이다.무엇으로 이것을 감당하겠는가.”
이상로일섭기(李商老日涉記)
4.
말법시대에는 절개와 의리가 있는 비구가 드물다.그들의 고상
한 이야기나 폭넓고 트인 이론을 볼 때마다,다른 사람은 그들에
게 미칠 수 없다는 생각이 내게도 든다.그러나 밥 한 그릇의 이
익을 놓고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는 듯하다가 끝에 가서는 그것
을 차지하며,처음에는 헐뜯다가 뒤에는 칭찬한다.그들은 자기들
이 구하는 이욕에 따라 옳다 그르다 한다.중정(中正)에 입각하여
사실을 숨기지 않는 자가 적었다. 벽기(壁記)
5.
비구의 법도는 물건을 수용(受用)함에 있어서 너무 넉넉히 해
서는 안 되니 많으면 넘치기 때문이다.마음에 맞는 일이라도 많
이 계획해서는 안 되니 많은 계획은 끝내 실패하기 때문이다.되
는 일이 있으려면 반드시 안 되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내가 황룡스님을 보니,세상을 교화하는 40년 동안에 모든 일
에서 한번도 안색이나 예의․글재주 따위로 당시의 납자들을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