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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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41
동안 살았으므로 총림에서는 스님을 ‘연삼생(璉三生)’이라 하였으며,
문장과 이론이 훌륭하여 당시 저명한 공경 대부들의 존경을 한 몸
에 받아 왔다.내 일찍이 스님이 손신노(孫莘老)에게 보낸 글을 읽
어보고 천하에 뛰어난 인재임을 알게 되었다.그 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성인께서 일찍이 도의 오묘한 뜻을 주역을 빌려 말하였는데 주
나라가 쇠퇴하자 선왕의 법이 무너져 예의가 없어지게 되고 그 이
후 기이한 말들과 이단(異端)술수(術數)가 그 틈바구니에 뒤섞여
생겨나 풍속이 어지럽게 되었다.우리 석가의 가르침이 중국에 흘러
들어와 순수하게 으뜸가는 이치[第一義]를 보여주고 시종 자비로써
중생을 제도하는 것 또한 그 시대의 요구를 따른 것이다.인간이 생
존한 이후로 순박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아 삼황(三皇)의 가르침이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것은 봄에 해당하며,사람의 마음이 나날이 복
잡해져 오제(五帝)의 가르침이 소상하면서도 형식이 완비된 것은 여
름에 해당한다.또한 시대와 세상이 달라짐에 따라 인정도 날마다
바뀌어 삼왕(三王)의 가르침이 주도면밀하면서도 엄격한 것은 가을
에 해당한다.옛날 상(商)․주(周)대의 고(誥:書經에서 임금이 신하
를 일깨우는 敎命)니 서(誓:신하가 임금에게 맹세하는 글)니 하는
글들은 후세 학자로서는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책인데도 당시 사람
들은 그 말을 따라 어기지 않았으니 풍속이 오늘과 비교하여 어떠
하였겠는가?결국 그 폐단에 의하여 진․한대에 이르러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되었고,천하에는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생겨나게 되었다.이에 우리 여래 부처님께서는 한결같이 성명(性
命)의 이치로 미루어 나가고 자비의 행동으로 가르치시니 이것은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