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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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황제의 말을 뒤따르는 문구/대각 회연(大覺懷璉)스님


               인종(仁宗)황제가 대각 회연(大覺懷璉:1005~1090)스님과 함
            께 서로 법을 즐기며 주고받은 시구가 매우 많다.그러나 모두 옛분

            들의 말을 따라 쓴 글일 뿐,애당초 새롭고 크고 오묘한 말들은 감
            히 하지 않았다.평소에 지은 글을 살펴보면 절묘하고 뛰어난 구절
            이 매우 많았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 문장을 아무 쓸모 없는 주석으

            로 의심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날 송(宋)문제(文帝)는 포명원(鮑明遠)을 중서사인(中書舍人)
            으로 임명하였는데 문제도 문장을 좋아하여 천하에 아무도 자기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다.그래서 포명원은 문제의 이러한 뜻
            을 알고서 문장을 지을 때면 으레 격조 낮은 문구들을 많이 사용하
            였다.이에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재능이 다하였다고 말들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대각스님은 자기 한 몸과 세상,이 두 가지를 모두 잊은 분이다.
            그러므로 포명원이 뜻을 굽혀 왕을 섬긴 것과는 견줄 바 아니며,인

            종(仁宗)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오묘한 도를 깨치어 시나 문장 따위
            를 하찮게 생각한 사람이니,결코 송 문제와 엇비슷한 자가 아니다.
            나는 회연스님이 깊은 지혜를 지니고서도 당시 기연에 응하는 방법
            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처지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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