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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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평범하고 참된 선풍



               내가 상산(湘山)운개사(雲蓋寺)에 있을 때 선방(禪房)의 화로 곁

            에 쭈그리고 앉아 덮을 것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다가 밤이 으슥
            하여 스님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날 사방의 총림에서는 임제의 후예들이 일상적인 선[平實

            禪]을 닦아야지 남 하는 대로 허공에 물구나무서며 곤두박질 쳐서
            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비방한다.
               깨달으라고 하지만 무엇을 깨닫겠는가?옛사람의 깨달음은 흙을

            가지고 황금을 만들었는데 요즘 사람들의 깨달음이란 바로 귀신을
            만난 것이다.그들 모두가 미친 알음알이로 쉬지 못하고 있으니 어
            느 날에나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 말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느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스님께서는 남전(南泉)스님을 친견
            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라고 묻자 조주스님이 ‘진주(鎭州)에

            는 큰 무가 나느니라’라고 하셨다는데 무슨 뜻입니까?”
               먼저 화제를 냈던 그 스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 화두는 얼마쯤은 분명하다.어찌 임제종의 문하에서만 이런
            화두로써 사람을 가르치겠는가?조주스님도 노파심에서 그렇게 하

            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 스님의 물음이 온당하지 못하였다.어찌하여 ‘세상에서 제일
            가는 채소는 무엇입니까?’라고 말하지 않았을까?그리고는 ‘진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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