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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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에 해당한다.자연에는 사계절이 있어 그것이 순환하면서 만물을

            낳고 기르는데 성인의 가르침도 이와 같이 상부상조하며 천하를 교
            화한다.그러나 끝에 가서는 모두가 폐단이 없을 수 없다.폐단이란
            지나간 발자취이지만 도는 매양 한 가지이니,결론은 성현이 나와서

            세상을 구제하는 데 있다.
               진․한대 이후 오늘날까지 천여 년 동안 풍속은 더욱 각박해져
            만 가고 성인의 가르침은 몇 가지로 팽팽히 맞서 서로가 헐뜯고 비

            난하여 어느 곳을 따라야 할 줄 모르게 되었다.그리하여 대도(大道)
            는 적막하여 돌이킬 길이 없게 되었으니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차마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다.불교를

            배척한 한퇴지(韓退之)를 비난했던 왕문공(王文公)의 글을 살펴보니,
            그 문장의 대의가 이 글과 일치되고 있다.그의 글에서는 이렇게 말
            하였다.

               “사람들은 양자(楊子)와 묵자(墨子)를 배척한 맹자를 좋아하면서
            도 불교와 노자를 자기의 공부로 삼는 이가 있으니,아!장자(莊子)
            가 말하는 ‘여름 벌레[夏蟲]’란*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
                                        22)
            니겠는가.도가 일 년이라면 성인은 한 철[一時]에 해당한다.한 철
            에 집착하여 일 년인가 한다면 끝내 도를 깨닫지 못할 것이다.
               성인의 말씀이란 그 시대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옛적에 옳았던

            것일지라도 오늘날에 이르러서까지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옛적에 옳았던 것만을 알고 그것이 변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변할 수 있는 것은 ‘말’이며 변함없이 항상한 것은


            *여름 벌레:여름 한 철 사는 벌레는 얼음 어는 것을 모른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아 공연히 의심하는 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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