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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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47
서 나오는 큰 무’라고 대답하였더라면 평범하여 더욱 분명했을 터인
데,그렇게 하지 않고 ‘남전스님을 만나 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거기에 ‘진주의 큰 무’라 대답하여 허공에서 물구나무를 섰구나.”
그 후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전해 가며 웃음거리로 삼았
다.
88.도인의 초연한 임종/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영원(靈源)스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팽기자(彭器資)는 큰스님을 만날 때마다 반드시 ‘도인은 임종에
이르러 자유자재하는 자가 많으며 더러는 분명한 종지를 보이는 이
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일을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묻고는 간
혹 부질없이 답하는 자가 있으면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그는 만년
에 분강(湓江)태수로 있으면서 극진한 예의를 갖춰 회당(晦堂)노
스님을 초대하니,노스님이 관사에 이르자 아침저녁으로 도를 물었
는데 어느 땐가 조용히 노스님에게 또다시 그 문제를 물었다.
“임종할 때 과연 깊은 종지가 있습니까?”
“ 있지!”
“ 그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 그대가 죽을 때 말해 주지!”
이 말에 팽기자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며 말하였다.
“이 일에 대해서 스님에게 처음 들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말을 음미해 보고 감탄한 나머지 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