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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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149
付]’라 함은 의원이나 무당이 세상 사람이 보지 못하게 비장의 기술
을 너와 나 둘만이 전하는 것과는 달라서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밝게 깨닫게 하는 것을 ‘은밀’이라 하였을 뿐이다.그러므로 장경
헌(長慶獻)스님은 ‘28대의 조사께서 모두 마음을 전한다[傳心]하였
지,말을 전한다[傳語]하지는 않았다.이는 다만 의심나는 마음[疑
情]을 깨뜨려 주었을 뿐,결코 불심(佛心)의 체(體)에서 기연에 응수
한 일은 없다’하였다.또한 도명(道明)스님은 대유령(大庾嶺)에서
육조스님을 친견하고 깨달음을 발하게 되자 ‘이밖에 또 다른 은밀한
뜻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육조스님은 ‘내가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은 은밀한 뜻이 아니다.모든 은밀한 뜻은 너에게 있는 것이지 특
별한 것이 아니다’하였다.이는 석가모니께서는 다만 연등 부처님
회상에서 내려주신 수기를 받았을 뿐인 경우와 같아서 만일 전할
수 있는 법이 있었다면 곧바로 전해 주었을 것이다.아난존자 또한
일찍이 크게 깨우치고 하마터면 ‘여래가 나에게 삼매(三昧)를 내리
셨다고 생각할 뻔하였다’고 하였다.이와 같이 옛 성현들의 말씀과
가르침이 모두 있으니 이것으로 마음의 거울을 삼을 수 있다.그렇
지 않다면 향엄(香嚴:?~898)스님이 대나무를 치는 소리를 듣고서
멀리 위산(潙山)을 바라보며 두 번 절하고,고정(高亭)스님이 강 건
너에서 덕산(德山)스님을 바라보고 곧장 강을 가로질러 달려갔던 일
들을 어떻게 귓전에 은밀히 주고받은 말이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