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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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35



               ‘그 뜻을 알게 해줄 만한 매우 절묘한 말들이 있습니다.<나의

            손은 어찌하여 부처님의 손과 닮았을까>에 대하여는 <달빛 아래
            비파를 켜는구나[月下弄琵琶]>라고 하고,어떤 이는 <먼 길 위에
            빈 바릿대를 들고 있다[遠道擎空鉢]>라고 합니다.<나의 다리는

            어찌하여 나귀 다리와 닮았을까>에 대하여 어떤 이는 <백로가 눈
            위에 서 있어도 같은 색이 아니다[鷺鷥立雪非同色]>라고 하며,어
            떤 이는 <텅 빈 산골에 떨어진 꽃잎을 밟는다[空山踏落花]>고 합

            니다.<어느 곳이 너의 태어난 인연이냐>는 화두에 대하여 어떤
            이는,<나는 어느어느 곳 사람이다[某甲某處人]>라고 합니다.’
               그때 나는 그를 놀려 주었다.

               ‘길을 막고 누군가 그대에게 부처님 손,나귀 다리,태어난 인연
            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대는 <먼 길 위에 빈 바릿대 들고
            있다>라고 대답할 것인가?아니면 <백로가 흰 눈 위에 서 있어도

            같은 색이 아니다>라고 답할 것인가?만일 이 두 가지로 동시에 대
            답한다면 이는 불법을 혼란시키는 일이며,이 가운데에서 한 가지를
            가려 대답한다면 기연을 다루는 솜씨[機事]치고는 치우치고 메마르

            다 하겠다.’
               그러자 그 스님은 나를 똑바로 쏘아본 채 말이 없었다.”



              태어난 인연처에 길이 있는 줄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지만
              해파리가 언제 한번 새우를 떠난 적이 있던가
              동녘에 뜨는 해를 볼 수만 있다면
              뉘라서 더 이상 조주(趙州)의 차를 마시리.

              生緣有路人皆委 水母何曾離得蝦
              但得日頭東畔出 誰能更喫趙州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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